문화이슈

‘백범일지’가 무대로…랩과 한국무용으로 되살린 김구


서울예술단이 창단 40주년과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창작가무극 ‘백범’을 선보인다. 국립극장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다음 달 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인물인 김구의 삶과 신념을 노래와 춤, 연기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그의 생애를 전할 예정이다. 

 

작품은 김구의 자서전인 ‘백범일지’를 바탕으로 그의 일생을 따라간다. 소년 시절 김창암으로 불리던 때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활동한 시기, 광복 이후에도 민족의 통합을 위해 힘쓰다 안두희의 총탄에 쓰러지기까지의 여정을 무대에 담았다. 한 인물의 생애를 시간 순서에 따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록과 기억을 통해 백범의 삶을 되짚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무대 구성도 눈길을 끈다. 객석에서 등장한 백범이 무대 한편에서 ‘백범일지’를 써 내려가면, 그 기록 속에 담긴 삶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관객은 백범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현재와 그가 살아온 과거를 함께 마주하게 된다. 개인의 회고를 바탕으로 역사의 주요 장면을 재구성해 김구라는 인물의 선택과 신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러 배우가 하나의 인물인 김구를 나눠 연기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작품처럼 한 명의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김구를 맡는 대신, 출연 단원 32명이 백범과 민초의 역할을 오가며 무대를 채운다. 김구 역 역시 특정 배우 한 명에게 고정되지 않는다. 성별과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생애의 시기별로 역할을 나눠 맡아 한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표현한다.

 


이 같은 구성은 김구 개인의 삶을 넘어 그가 살아간 시대와 그 시대를 함께 견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기 위한 장치다. 백범을 한 명의 영웅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신념과 행동을 여러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표현하면서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정태영 연출은 “모두가 백범이고 모두가 민초”라고 설명했다. 한 배우가 백범의 신념을 외치면 다른 배우가 몸짓으로 이를 받아내는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여러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백범을 표현하는 만큼, 작품은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루면서도 그가 마주한 시대와 민중의 존재를 함께 강조한다.

 

서울예술단이 선보이는 창작가무극은 노래와 춤, 연기를 결합한 공연 장르다. 형식적으로는 뮤지컬과 가까운 면이 있지만, 한국무용·사물놀이·가극 등 세 분야를 중심으로 단원을 구성하고 전통 춤과 타악을 무대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번 ‘백범’ 역시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음악과 움직임을 더해 익숙한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낸다.

 


특히 공연 곳곳에 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원미솔 작곡가는 랩을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요소가 아니라 억눌린 목소리와 저항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외침의 재료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인물의 감정과 시대의 긴장을 음악으로 드러내면서, 전통적인 역사극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표현 방식을 시도한 것이다.

 

움직임 역시 전통과 현대의 결합에 초점을 맞췄다. 홍유선 안무가는 한국무용 특유의 선과 호흡을 활용해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한편, K팝 댄스 스타일의 역동적인 동작으로 시대의 속도와 저항감을 담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몸짓이 지닌 섬세함과 현대적인 춤의 강렬함을 함께 활용해 작품의 주제와 감정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김구의 생애를 중심에 두면서도 여러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 전통 음악과 현대적인 리듬을 함께 활용하는 이번 공연은 서울예술단의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이자 백범 탄생 150주년을 되새기는 작품이다. ‘백범일지’에 기록된 삶을 무대 언어로 옮긴 창작가무극 ‘백범’은 다음 달 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해 11월 21일까지 공연한다.

 

관악강감찬축제 10주년 성료…이틀간 17만명 찾았다

로그램으로 풀어내고, 지역 주민과 청년예술인, 상인들이 함께 참여해 지역의 문화적 매력을 알렸다. 다만 당초 사흘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축제는 마지막 날 기상 악화가 예상되면서 안전을 위해 하루 일찍 종료됐다.서울 관악구가 주최하고 관악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축제는 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낙성대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당초 18일까지 사흘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 날 강풍과 비 등 악천후가 예상되자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일요일 일정을 취소했다.관람객은 첫날 약 4만명, 둘째 날 약 13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둘째 날에는 많은 인파가 몰리며 역대 최다 관람객 기록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그러나 마지막 날 행사가 취소되면서 예정된 일부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올해 축제는 ‘투모로우 강감찬–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강감찬 장군의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로 재해석했다. 관악구 21개 동 주민과 지역 상권, 청년예술인 등이 참여해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관악문화재단 소홍삼 대표이사가 직접 축제 총감독을 맡아 10주년 행사를 이끌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10주년 기념 특별공연 ‘강감찬, 별에서 오다 & 공중 불꽃 퍼포먼스’가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소홍삼 대표가 대본과 연출을 맡은 이 공연은 강감찬 장군의 탄생 설화에 등장하는 ‘별’을 미래 탐사 우주정거장이라는 배경으로 재해석했다. 전통연희와 한국무용, 라이브 연주, 영상, 공중 불꽃 퍼포먼스를 결합해 장군의 용기와 연대, 공동체 정신을 현대적인 무대예술로 표현했다.청년예술인들의 참여와 교류를 위한 무대도 마련됐다. ‘충남 청년 아트 페스타’에서는 충청남도 청년예술인들이 다양한 장르의 창작 활동을 선보였다. ‘청년 드림 콘서트’에서는 서울 지역 대학 힙합 동아리와 다이나믹듀오, 신스가 함께 공연을 펼쳤다. 서로 다른 지역과 활동 무대를 가진 청년예술인들이 관객과 만나 창작 역량을 선보이는 기회가 됐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역사문화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운영됐다. 역사 강사 설민석이 참여한 ‘강감찬 토크쇼’와 ‘도전! 골든벨 퀴즈쇼’에서는 강감찬 장군과 관련한 이야기를 시민들과 나눴다. 어린이 체험공간 ‘별별놀이터’와 ‘리틀강감찬을 찾아라’ 등은 역사적 소재를 놀이와 체험으로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린이와 가족들이 축제를 즐기면서 지역의 역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축제 공간도 기존 낙성대공원 일대에서 낙성꽃뜰정원까지 확대해 프로그램의 폭을 넓혔다. 1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축제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발자취를 시민들과 공유했다. 이와 함께 강감찬 어린이 사생대회와 인헌예술제, 별별 스테이지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지역 주민과 상권이 함께한 프로그램도 축제의 주요 축을 이뤘다. ‘21동네한바퀴’에서는 관악구 21개 동의 특색과 마을 이야기를 체험 콘텐츠로 소개했다. 관악 지역 맛집 12곳과 지역 베이커리가 참여한 ‘고려장터’에서는 지역의 먹거리를 선보였다.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프로그램과 지역 상권이 어우러지면서 지역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관악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강감찬 장군의 탄생 설화를 역사 해설과 천문 관측으로 풀어낸 ‘낙성대 야별회’는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축제 10주년을 맞아 지난 성과를 돌아보고 역사문화축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학술대회 ‘지나봄, 내다봄’도 열렸다. 포스터 공모전 당선작 시상과 전시도 함께 진행됐다.다만 축제 마지막 날 예정됐던 ‘시민풍류제’와 생활예술동아리 지원사업 ‘모두의 클럽’ 연계 프로그램인 ‘관악생활예술페스티벌’은 기상 악화로 진행되지 못했다. 관악문화재단은 강풍과 우천에 대비해 행사 취소를 신속하게 결정하고 관람객과 출연진, 관계자의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축제에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축제장을 찾은 한 관악구 주민은 매년 가족과 함께 축제를 방문하고 있다며, 올해는 10주년을 맞아 공연과 체험이 더욱 다양해졌고 아이들과 강감찬 장군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전했다.소홍삼 관악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마지막 날 시민들과 함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주년 축제를 위해 함께한 시민과 지역 예술인,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관악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시민이 함께 만드는 역사문화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지난 10년간 관악강감찬축제는 강감찬 장군의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주민 참여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해 왔다. 올해는 기상 악화로 일정이 단축됐지만 이틀 동안 17만명이 축제장을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역 주민과 상인, 청년예술인들이 함께 역사적 이야기를 공연과 체험으로 확장하며 지역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역사문화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